지난 주간에는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혈압이 높아서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6개월에 한 번씩은 피검사를 하고 의사를 만나봐야 합니다. 피검사 결과를 가지고 의사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특별히 안 좋은 것이 없다고 합니다. 다만, 중성지방이 조금 높으니까 음식을 조금 조심하라 합니다. 지난 번에는 음식 조절을 잘 해서 수치가 나름 괜찮았는데, 몸이 조금 좋아졌다고 아무 것이나 막 먹었더니 금새 수치가 올라가 버렸습니다. 방심하지 말고 항상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피검사 결과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던 중에 의사 선생님께서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 신앙도 피검사처럼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부분이 안 좋으니 노력하십시오’ 이렇게 이야기해준다면 신앙 생활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검사 수치를 확인해서 직분도 주고, 분명한 수치가 있으면 직분을 박탈해도 할 말이 없지 않을까?’ 그런 의견이었습니다. 괜찮은 방법인 것 같으나, 실상 이렇게 된다면 우리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실제로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교회가 있습니다. 한국에 어느 젊은 목사님이 생각한 방법인데, 현재 실행을 하고 있습니다. 피검사처럼 정확한 신앙의 수치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목사님은 나름대로 신앙의 점수를 매기는 방법을 착안해낸 것입니다. 주일 성수 몇 점, 온전한 십일조 몇 점, 매일 성경 묵상 몇 점, 기도 시간 몇 점, 교회 봉사 몇 점, 등등 신앙의 척도가 될 만한 항목들을 만들어서, 직분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점수를 정직하게 매기도록 한 것입니다. 그래서, 평균 몇 점 이상이 되면 직분을 유지하거나 더 높은 직분에 출마할 수 있고, 점수가 어느 정도에서 미달이 되면 스스로 자신이 맡은 직분을 내려놓도록 한 것입니다. 그 교회는 나름대로 이런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이야기하지만, 글쎄요… 저의 이런 설명을 들은 의사 선생님께서 바로 말씀하셨습니다; “그거 엄청 스트레스겠네요! 직분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하고, 다른 사람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봉사하는 경우가 생겨나겠네요!”
하나님께서 매 순간 점수를 주어서 우리에게 말씀해주시지 않는 것이 은혜입니다. 우리에게는 부족한 점이 훨씬 많을 텐데, 매일 우리의 부족한 면만이 부각된다면 얼마나 실망이 되며 좌절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를 구원하시되, 은혜로만 우리를 구원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노력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것임을 잊지 않으면 됩니다. 우리는 항상 부족하다는 것만 생각합시다. 하나님의 은혜 만이 우리에게 소망 임을 기억하여, 항상 자신을 낮추고 하나님 앞에 굴복하면 되는 것입니다.
박현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