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집 막내가 지난 주간에 한 살을 더 먹어서, 세살이 되었습니다. 언니와 오빠가 몇 주 전부터 곧 생일이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주지시키는 바람에, 본인도 세살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세살이 되면 이제는 더 이상 베이비가 아니고 “언니”가 된다면서 생일이 되기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막내가 세살이 되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징징대려고 하거나, 혹 눈물을 흘리려고 하면, ‘어? 세살이나 됬는데 아직도 베이비처럼 징징대면 안 되지!’ 하고, 화장실에 같이 가자고 할 때에도 ‘세살이나 됬는데 화장실은 혼자 가야지’ 하며 도움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식사를 할 때에도 밥을 먹여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이제 언니인데, 아직도 밥을 먹여달라면 어떻게해? 혼자 먹어야지’ 이런 식으로, 아이가 세살이 된 것을 이용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날은 “엄마! 나 뚜리(Three) 안하고 투(Two) 할래!” 그러는 것입니다. 세살이라고 도와주지도 않고 응석도 받아주지 않으니까, 세살 안하고 계속 두살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세살이 된 것을 두살로 낮출수야 있겠습니까? 물론 옛날에는 출생 신고를 늦게 해서, 본래의 나이보다 적은 나이로 사신 분들이 꽤 있지만, 요즘같이 병원에서 태어나자마자 출생 신고가 되는 세상에서는 맘대로 나이 안 먹는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그건 안될 말입니다. 저희는 계속 아이가 세살 된 것을 이용할 생각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하나님의 선물이요, 하나님의 택하심입니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택하시고, 성령을 보내주심으로 말미암아 거듭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는 영적 나이를 먹어갑니다. 그렇다면, 예수를 믿은 년수만큼, 우리의 신앙은 성장하여 이전보다 더욱 성숙해져 있어야 합니다. 젖이나 먹는 어린아이에서 벗어나 딱딱한 음식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하고, 신앙생활의 년수가 늘어날수록 삶의 본을 보이는 선생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탐심이 줄어들고,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깊이가 깊어져서, 이해력과 포용력이 생기며, 모든 일에 인내함으로, 하나님의 역사를 기다릴줄 알아야 합니다. 신앙의 년수를 입으로 자랑할 것이 아니라, 성숙한 삶의 모습으로 증명해보여야 할 것입니다. 신앙 년수는 계속 늘어가는데, 뚜리 안하고 투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지난 금요일이 설날이었다고 합니다.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얼떨결에 누군가가 대접해주신 떡국을 먹고 한살을 더 먹었습니다. 나이 안 먹으려고 떡국 안 드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듯이, 떡국 한 그릇 안 드셔도 신앙의 년수는 계속 늘어납니다.
박현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