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살던 콘도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부동산 에이전트를 만나기 위해서 옷장 깊숙히 넣어두었던 열쇠꾸러미를 꺼내놓았습니다. 준비를 하고 막 나가려고 하는데 열쇠꾸러미가 없어진 것입니다. 분명히 안전하게 두었는데, 온 집을 다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순간, 아들이 생각나서, 학교에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제 아들이 열쇠꾸러미를 가지고 학교에 간 것이었습니다. 아들이 열쇠꾸러미를 가지고 갈 이유가 없는데, 도대체 왜 가지고 학교에 갔는지, 너무 화가 났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혼을 내겠다고 생각하고, 열쇠를 픽업해서 일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아들이 돌아온 뒤에, ‘왜 열쇠를 가지고 갔니?’ 물으니, ‘그 열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침에 열쇠꾸러미를 찾아 걸어놓는 것을 보고, “아빠, 그게 뭐야?”하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열쇠야”라고 대답했습니다. “뭐 하는 열쇠인데?”라고 되묻는데, 대답하기가 귀찮았습니다. 그래서, “너는 몰라도 돼”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열쇠는 뭘까? 이걸 가지고 나가면, 아빠의 반응이 어떨까? 반응에 따라 열쇠의 용도를 알 수 있겠다’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열쇠를 들고 학교에 간 것이었습니다. 열쇠를 찾아 온 집을 뒤지던 생각을 하면 너무 화가 나는데, 분명 저에게도 잘못이 있었습니다. 이 열쇠가 무엇인지, 설명하는데 30초면 되는 것을, 이제 생각이 많아진 아들에게 설명해주지 않은 잘못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혼을 낼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연루된 모든 일에는 우리의 잘못이 조금씩은 다 있습니다. 손바닥은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어떤 일이든지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서 일이 커질 수도 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달리 아무런 잘못이 없으심에도 불구하고, 그를 조롱하고 고소하는 자들 앞에서 입을 열지 않으셨으며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악으로 악을 갚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잘못은 덮어두고, 내가 옳다 생각하는 대로 반응합니다. 제가 만약 아들의 잘못에, 내 잘못을 덮어두고 혼을 내는 것으로 반응하였다면, 아빠를 향한 아들의 불만만 커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 잘못을 생각하고, 반응을 멈추자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깊이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너무 쉽게 반응하기보다, 숨 한번 크게 쉬고 갑시다! 내 생각만큼 그렇게 크게 잘못된 것도 없으며, 쉽게 큰 일이 발생하지도 않습니다. 숨 한번 크게 쉬어서, 내가 반응하기 전에 주의 성령이 역사하실 시간을 내어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주의 평강이 우리 가운데 가득하기를 소망하며…….
박현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