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다 냄새를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바다의 짠내음, 생선의 비린내를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그냥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몸에서 받아들이지를 않습니다. 냄새가 역겨워서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없어서 못 먹는다는 “굴, 전복” 이런 것들을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이 가끔 초대하여 대접하실 때에는 제가 그것들을 먹는데, 사실은 숨을 쉬지 않고 먹고 있는 것입니다. ㅎㅎ. 그런데, 제가 부목사로 있을 때에, 그 교회는 주일 점심 때마다 홍합을 넣은 미역국을 끓여주셨습니다. 미역도 싫은데, 홍합 끓이는 냄새는 정말이지 구토가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은 맛이 있다고 먹는데 저는 도저히 먹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목사로 사역하는 9년 동안, 주일 점심을 거르기가 일수였고, 가끔 저장해두었던 비상 식량을 사무실에서 혼자 먹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번도 “왜 홍합을 넣은 미역국을 끓이느냐? 다른 메뉴로 바꿔달라”는 요구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홍합이 들어간 미역국을 못 먹는 것은 제 취향이고, 대부분의 성도님들은 잘 드셨기 때문입니다.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코 정당한 요구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살다보면, 이렇게 정당하지 못한 요구를 할 때가 있습니다. 내 취향의 문제이고, 나 혼자만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싫으니 다른 사람도 싫을 것이라고 확신하고는 내 요구를 고집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많은 경우에 그렇습니다. ‘내 요구가 정당한가? 나 만의 문제가 아닌가?’ 요구하기 전에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공동체를 위해서는 내가 조금 손해보는 것이 올바른 것입니다.
가끔 홍합 미역국이 아닌, 돼지고기 김치볶음이 나올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때, 그동안 못 먹었던 것을 다 채우는 것입니다. 후회가 없도록…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함께 세워가는 것입니다. 내 취향을 고집할 수는 없습니다. 서로 조금씩의 양보가 필요하고, 희생을 감수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정당한 요구인가? 한번쯤 돌아보셔서 그리스도의 몸을 세워나갑시다. 참고로, 저희 교회 친교 메뉴에 저는 조금의 불만도 없습니다^^;
박현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