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우리 교회 지하실에서는 Vacation Bible School(VBS, 여름성경학교)이 한창입니다. 저는 사무실에 앉아 있지만, 아이들의 찬양하는 소리, 전도사님이 마이크를 붙잡고 설교하는 소리, 아이들의 웃는 소리,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들의 소리가 너무 좋습니다. 이번 VBS를 지켜보면서, 예전에 저에게 있었던 한가지 일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막 목사 안수를 받은 뒤에, 시카고 지역의 어느 한 교회로부터 사역 제의를 받았습니다. 담임 목사님께서 만나서 식사를 하자고 하셔서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에게 그분의 교회로 와서 같이 사역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하셨습니다. 목사 안수도 받았고, 당시 섬기던 교회는 교단 소속이 없는 독립 교회였기 때문에, 장로 교단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어떤 부서를 맡기려고 하시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저에게 주일학교를 맡아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저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못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결국 식사만 하고 헤어졌습니다.
제가 길게 생각해보지도 않고 ‘주일학교는 못한다’고 말씀드린 이유는 정말 못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전도사 시절에는 주일학교도 맡아보고, 중고등부도 맡아봤으며, 청년부, 찬양팀, 성인 성경공부 다 맡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제일 어려운 것이 주일학교였습니다. 그래서 주일학교는 절대로 못한다고 마음에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주일학교가 어려운 이유는 아이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수준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단어들과 대화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어른들에게 강의하는 식으로 아이들에게 설교하면, 아이들은 전혀 알아듣지 못합니다. 또한 귀로 듣는 것보다도, 아이들에게 맞는 시청각 교육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맞춘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전도사들에게는 제가 항상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사실 저에게 하라고 하면 저는 못합니다.
VBS를 오랫동안 준비했습니다. 매주일 일정을 마치고는, 전도사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연극을 준비하고, 율동을 맞추어 보고, 지하실을 주제에 맞게 꾸몄습니다. 시간도 많이 걸렸고,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려니 정말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 외에도 VBS를 위해 수고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선생님으로 자원봉사 해주신 분들도 계시고, 음식을 준비해주신 분들, 후원해 주신 분들, 기도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어려운 일을 훌륭하게 해내신 분들에게 ‘수고했다’는 격려가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박현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