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방학을 끝내고 드디어 개학을 했습니다. 방학을 할 때는 아이들이 좋아하고, 개학을 할 때는 엄마들이 좋아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매일 집에 있으면서 엄마를 귀찮게 하는데,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나면 엄마들에게는 자유의 시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은 아직 막내가 남아 있어서 완전한 자유는 아니지만, 그래서 66.7%의 자유가 찾아온 셈입니다. 물론 무엇으로 도시락을 쌀 것인지의 고민이 남아 있긴 하지만요…
개학을 하면, 학교에 가져가야 하는 준비물이 많습니다. 학교에서 보내 준 긴 리스트를 보고, 새로 사야할 것들은 새롭게 장만하고, 집에 있는 것들을 챙겨서 학교에 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첫날 학교를 다녀온 아들이 “헤드폰”을 사놓으랍니다. 리스트 중에 “헤드폰”이 있는데, 없기 때문에 새로 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분명 작년에 헤드폰을 학교에 가지고 갔습니다. 작년 여름 휴스톤으로 여름 휴가를 갔을 때에, 아이들 고모가 선물을 사준다고 하는데, 아들은 헤드폰을 사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고모가 사준 좋은 헤드폰이 있었습니다. 작년에도 새로 산 헤드폰을 학교에 가져 간다고 해서, 제가 ‘잊어버릴 수 있으니, 다른 것을 가지고 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새 것을 가지고 가겠다고 우긴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고모가 사준 헤드폰은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고모가 헤드폰을 사줬다는 것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작년 휴가 때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제서야 고모가 사준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고 합니다. 그 헤드폰을 학교에 가지고 갔는데, 방학을 하여 책상을 정리할 때 가지고 오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헤드폰의 존재 조차를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학교에 가서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작년 담임 선생님한테도 물어보고, 분실물 센터에 가서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왜 자신을 창피하게 만드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헤드폰을 찾고 못 찾고 문제가 아니라, 고모가 헤드폰을 사주었는데, 그 사실 조차 기억을 못하고 있으면, 사준 사람은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냐고 말입니다. 잃은 물건을 찾아보는 것이 사준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입니다.
선물을 받는 사람은 값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소중하게 여기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선물을 사주는 사람은 선물의 값을 지불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물을 받는 사람은 선물을 사준 사람의 마음으로 선물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나에게 필요 없는 것이라도, 선물을 구입한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것도 감사한 것입니다. 우리의 삶의 모든 것은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시기 위해서 그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값을 지불하신 것입니다. 그 은혜를 우리가 쉽게 잊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항상 생각하며, 그 은혜를 잊지 않고자 힘써야 하겠습니다.
박현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