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하루 전날 토요일 아침, 어머니가 구토를 조금 하셨으니까 집으로 와보라는 누님의 전화를 받고는 짜증을 좀 냈습니다. 금요일 저녁까지 드시고 설거지도 하셨다는데,구토 조금 하신 것 가지고 바쁜 부활절 전날 오라고 하느냐며 짜증을 낸 것입니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 하던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는 어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소화가 안 되는 것 같고 가슴이 아프시다며 누워는 계셨지만, 말씀도 잘 하시고 얼굴도 좋아 보였습니다.서로 농담도 하고 대화를 조금 나누었는데 부활절 전날 목사를 잡아두는 것이 부담스러우셨는지, 자꾸 가라고 하셔서 집을 나왔습니다. 집을 막 나오는 길에 역시 전화를 받고 온 형님을 만났습니다.형님도 한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다가 역시 부활절 준비를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뵌 것이 되었습니다. 거창한 유언을 남기신 것도 아니고,임종의 순간을 지킨 것도 아니지만, 마지막 날 찾아 뵐 수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뒤로 미루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영주권을 받고 5년이 지나야 의료 혜택을 받으실 수 있기 때문에, 그 동안에는 보험이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감기 정도는 괜찮지만, 큰 병이 생기셔서 병원 신세를 지시면 안 되었습니다. 지난 달로 5년이 되셨고, 의료 혜택을 신청하기 위해서 아이디 카드도 만들어서, 지난 주에 받으셨습니다. 이제 다음 주에 의료 보험 신청을 하려고 했는데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그런데 지난 6년간 크게 아프지 않으시고, 병원 신세 한번 진 적 없으시다가, 반나절 조금 아프시고는 하나님 데려 가시니 감사할 뿐입니다.가신 분은 편히 가셨다지만 자식들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당황할 수 밖에요! 장례식이야 장의사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지만 마음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무엇을 어찌 해야할지…. 그런데 주위를 보니 어느새 성도님들이 우리를 둘러 서 계셨습니다.수 많은 전화, 위로의 메세지, 그리고 기도와 격려, 보내주신 사랑에 지면을 통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모두들 저의 어머니처럼 편히 가시고 싶으시다고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겠습니다.가시는 분은 하나님 앞에 설 준비, 그리고 우리도 언젠가 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다시 한번 보내주신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무 말 안 하셨어도 함께 해주신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현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