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아버지는 참 무서운 분이셨습니다. 굉장히 보수적인 분이시라 규칙을 어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고, 잘못을 하면 불같이 화를 내셨습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셔서 집 앞 골목의 불량배들이 저의 아버지께 많이들 혼이 났습니다.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되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잘못된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으셨습니다. 노회와 총회에서도 비리를 저지른 목사님들을 공식 석상에서 혼을 내시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래서 저의 아버지는 “이 시대 마지막 협객”이라는 별명을 얻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아버지를 무척이나 무서워했습니다. 더욱이 아버지가 목사님이시다보니, 자녀들에게 요구되는 행동강령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에는 많이 답답함을 느꼈습니다.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많았고, 그래서 미국에 홀로 남는 것을 더욱 쉽게 결정할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막상 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신 뒤에는, 큰 산이 사라진 것같은 기분입니다. 성공적으로(?) 목회 하시는 모습을 늘 봐왔기 때문에, 제가 목회하는데 있어서 첫 번째 Role Model이십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는 어떻게 하셨을까?’를 자주 생각합니다. 살아 계실 때에는 자주 전화로 문의하곤 했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는 기댈 수 있는 큰 의지였던 것입니다.
요즘 제 아들이 저를 경쟁상대로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나는 아빠보다 잘 생겼고,나는 아빠보다 이것도 잘 하고, 저것도 잘 하고…’ 등등 자주 저와 비교를 합니다. 아마도 제가 잔소리를 좀 하는 것이 못마땅하게 생각되는가 봅니다.그래서 하루는 아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아빠는 경쟁상대가 아니고,너를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아무리 잘 생겨도 아빠의 아들이기 때문에 아빠를 닮은 것이고, 아무리 잘 하는 것이 있어도 결국에는 아빠에게 물려 받은 것이기에,경쟁상대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도움을 구할 대상으로 생각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이해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해할 날이 오겠죠. 오늘은 Father’s Day입니다. Mother’s Day만큼 성대하지 않아서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아버지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든지 결국 아버지들은 우리의 큰 의지입니다. 모든 아버지들에게 큰 격려가 되는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궁극적 아버지는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며, 하나님은 우리를 도우실 분이십니다.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하나님은 결국 우리를 최고의 선한 길로 인도하십니다. 우리의 소망이 되시는 하나님 만을 의지하시는 하이랜드 교회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박현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