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중 하나가 엄마가 만지지 말라고 한 것을 만졌는가 봅니다. 엄마가 ‘누가 만졌는지’를 묻습니다. 그러나 대답이 없습니다. 누가 만졌는지를 계속 물었더니 모두 자기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엄마는 얼굴만 봐도 압니다. 심증이 가는 아이에게 계속 물었더니 자기가 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만지지 말라는 것을 만진 것보다도, 거짓말을 한 것 때문에 혼이 납니다. 아이가 큰 소리로 웁니다. 왜 거짓말을 했는지 물으니 그저 다시는 안 그러겠다면서 웁니다. 아이는 자기가 만져 놓고, 왜 안 그랬다고 거짓말을 했을까요? 간단합니다. 그거야 혼날까봐, 혼나는 것이 싫어서 그랬겠지요!
놀고 있는 아이를 아빠가 불렀습니다. 그냥 할 이야기가 있어서 잠시 부른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빨리 오라고 하니까, 오히려 얼굴이 굳어지고, 안 가겠다고 머리를 좌우로 흔듭니다. ‘아빠가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다’고 해도 뭔가 불안해 하며 오지를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간단합니다. 왠지 혼날 것 같아서, 혼나는 것이 싫어서 그런 것입니다. 큰 아이와 이야기하다가 머리를 긁으려고 손을 올렸는데, 갑자기 아이가 팔을 자기 머리에 가져가며 머리를 방어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순간적으로 아빠가 머리를 때리는 줄 알았나 봅니다. 저는 그저 머리를 긁으려고 한 것 뿐인데요 ㅠ.ㅠ
아이를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겁쟁이로 만드는 것은, 어찌 보면 아이들 잘못이 아니라 부모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라나는 과정이며, 배워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무시한 채 부모의 생각을 고집하다 보니, 아이들은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고, 그래서 자기 방어적이 되어 갑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의 이상한 반응에서 저의 잘못을 생각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이들 뿐이겠습니까? 모든 인간 관계가 그렇습니다. 상대방의 이상한 사고와 행동은 그 원인이 나에게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면, 우리의 관계가 조금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박현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