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들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아니,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습니다. 학교 다녀 와서는 책도 좀 읽고 공부도 좀 하라고 하면 학교에서 오랜 시간 공부를 했기 때문에 집에서 더 공부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제는 화를 내며 말하기 때문에 싸움이 커질까 싶어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주말이면 밥도 안 먹고 게임만 하는 모습이 꼴 보기가 싫습니다. 말을 걸면 아예 대꾸를 하지 않거나, 대꾸를 해도 퉁명스럽게 대꾸합니다. 동생들을 잘 돌보지 않을 뿐더러, 5살, 10살 차이 나는 동생들과 싸움을 할 때에는 정말 왜 저러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집안 일을 도와달라고 하면 귀찮아 하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고 말을 합니다. ‘아빠는 선물을 해줘야 하는 이유가 없지만, 선물을 받고 싶으면 말을 잘 들으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한두 번은 말을 듣는 것 같았지만, 금새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선물을 빌미로 자기를 힘들게 한다며 도리어 화를 냅니다. 선물을 사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아들이 원하는 선물을 사게 됩니다. 선물을 해줘야 할 이유도 없고, 선물을 받을 만하게 행동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부모는 아들의 선물을 준비합니다. 왜냐하면,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아들이 우리 부부의 아들이 되겠다고 선택한 것도 아니고, 우리 부부가 아들을 선택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셔서 아들이 되었기 때문에, 맘에 들지 않게 행동을 해도 선물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우리의 행위가 공로가 되어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자녀 삼으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를 자녀 삼으신 것이요,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독생자 예수를 그리스도로 보내주시고, 조건없이 우리를 사랑해주시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공로가 있지 않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신앙은 이 놀라운 은혜에 대한 반응이며, 그래서 자랑할 것도 없고,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탄절은 우리를 위해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를 보내신 하나님 만이 영광을 받으셔야 합니다.
박현수 목사